つぶやき:오랜만의 외출
25일 오래간만에 남편과 함께 영화를 봤다. (쓰고 보니 25일은 크리스마스였다. 24일까지 학교 일로 바빴으니까 분명히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 기분이 아니어서 그런지 엊그제 일인데도 그냥 보통 날로 기억되어 있다.) 남편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해서 따라나선 나는 무슨 영화인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전철 안에서 다시 무슨 영화냐고 물었더니 <한나 아렌트>라고 했다.
어디서 상영하는지, 몇 시 영화인지,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따라나선 것이다. 그가 보고 싶은 영화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일 테니까, 어디든 데려가 줄 테니까. 교토시네마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120여석쯤 되는 좌석은 만원이어서 서서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팝콘을 먹거나 음료수를 홀짝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라는 유대계 미국인 철학자의 실제 있었던 일을 그린 이 영화는, 196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나치스 관계자의 재판을 방청하고 발표한 글로 인해 커다란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과정을 쫓고 있다. 절대 악이란 무었인가? 생각하는 힘을 되물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친구들이 떠나가고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마지막 강의는 압권이었다.
나치스 관계자가 악의 화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 지난 역사를 마주하고자 하는 일본사람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영화관을 나오며, 생각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은 언제든 나치스 관계자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난 것은 프레시안의 실린 남재규 전 노동부장관의 인터뷰 기사였다.("박근혜, 공안청치 넘어 분쇄정치로 이동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31226195332) 한국에서 최근에 일어난, 철도노조 파업 관계자를 잡는다며 경찰이 민주노총에 난입한 사태에 대해,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인용해 강제력을 동원하면 할수록 박대통령의 권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권위와 강제력은 상반되는 것이다. 한 쪽이 절대적으로 지배할 때, 다른 한 쪽은 사라진다. (Power and violence are opposite. Where the one rules absolutely, the other is absent.)"
그렇다면 권위가 추락하면 추락할수록 강제력은 강해질 것이 아닌가. 역사는 때때로 너무 가혹한 시련을 준다. (하느님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고 했던가...)
영화를 보고 시조의 다카시마야백화점에 들려 쇼핑도 했다. 나는 목도리와 시계를 사달라고 미리 주문해 둔 터였다. 남편은 모아둔 상품권으로 내 목도리를 사 주었다.나는 남편에게 동전 지갑을 사 주었다. 작은 시계의 시계침이 노안으로 잘 보이지 않게 돼서, 돌아오는 길에 히라가타에서 1,2,3,4숫자가 큰 시계도 샀다. 오랜만의 외출은 피곤했다.
2013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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