つぶやき:また、玉ねぎ
어렸을 적의 나는 식성이 꽤 까다로운 아이였다고 한다. 반찬이나 국에 들어간 파나 양파, 마늘 같은 것을 다 골라내고, 가리는 음식도 많고, 잘 먹지를 않아서 엄마가 고생했다고 한다. 그런 나에 비해 여동생은 먹성이 좋아서 뭐든 잘 먹는다고 늘 칭찬을 받았다.
식성이 바뀐 건 스무 살 전후였다.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이나 포장마차에서 파는 꼼장어나 곱창, 닭똥집 같은 것도 잘 먹을 수 있게 됐다. 세상 사는 법을 조금씩 배우면서 가리는 음식도 점차 줄어들었다. 물론 파나 양파, 마늘도 잘 먹게 됐다. 파김치, 양파장아찌, 마늘장아찌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이다. 파김치는 겨울 음식이고, 양파장아찌와 마늘장아찌는 장마철부터 시작해 여름내내 먹었다(아, 마늘장아찌도 먹고 싶다!).
요즘 들어 매일같이 양파를 먹고 있다. 양파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은 처음 알았다. (암튼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계기는 6월초 교토의 어느 식당에서 나온 양파반찬이었다. 그집은 정식 한 가지만 파는 집인데, 밥과 된장국에 반찬이 5가지 정도 나온다. 그냥 양파를 크게 썰어 파프리카와 함께 간장과 미림을 넣고 조린 반찬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반찬 이름인 즉, '신다마네기니모노'. "아, 양파만으로도 반찬이 되는구나."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날 이후 나도 매일 양파반찬에 도전하고 있다. 콜레스트롤을 줄이는데도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오늘 남편의 도시락 반찬에도 양파와 사쓰마아게를 조려서 넣어 주었다. 한국에서는 한때 양파즙을 먹는 게 유행이었는데, 이번 여름에 한국에 가면 나도 양파즙을 먹어봐야겠다.
2014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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