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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산책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

평소 나니는 길과는 반대편 좁은 산책로 

코로나로 봉쇄된 시간을 

짊어지고 길을 걷는다

거북이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반가워 고마워 심심하진 않았니?

내가 가지 않던 그 길가의 용수로에서

너흰 그렇게 하루를 잇고 또 이어서

담담히 매일을 살고 있었구나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

코로나가 아니라면 가 볼 일이 없는 길

무심한 바람과 작은 꽃나무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이 안 보이면 마스크를 벗었다가

멀리 사람이 보이면 마스크를 썼다가

괜히 하늘의 솜구름을 흘겼다가

또 땅바닥의 풀들을 밟으면서

나의 하루는 이렇게 잇고 또 이어서

내일로 모레로 가고 있구나

2020년 5월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2020년 5월경에 쓴 것으로 보이는 시를 발견, 수정해 올림. 2020년은 긴급사태선언으로 대학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바뀜. 산책하는 날이 늘어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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