カテゴリー「詩集『島国の春』」の42件の記事

詩:부의(賻儀)

새털구름에 비낀 파주의 노을이

내게 소주를 한잔 권하네

이렇게 단 소주는 오랫만일세

그러게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 주던 소주가 아니던가

엄마가 해 주시던 나물 앞에서

한 잔 소주는 기어이 눈물이 되어

쏟아지고

밥상 앞에 놓인 낯선 흰 봉투 하나

‘부의’

여동생이 그게 다 빚이라고 했는데

기어코 빚쟁이가 되어

밥알에 목이 메이는 건

다 파주의 노을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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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는 세월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2월, 3월, 4월, 5월, 6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나간다. 지금은 봄인가 여름인가, 바보 같은 질문에 꽃들이 웃는다. 수국이 피면 초여름이지. 그렇지? 너희들은 고맙게도 때 맞춰 잘도 피는구나.

올해도 어김없이 핀 수국꽃 길에 분홍색도 아니고 보라색도 아닌 흰 수국꽃 한 송이. 눈을 감으면 초여름의 냄새가 난다. 용수로에 살던 작년의 거북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겨울잠을 깨고 벌써 나왔을 텐데 올해는 아직 만나지 못했구나.

올해도 어김없이 밤마다 맹꽁이와 개구리들이 찾아아 운다. 논에도 물이 들었으니 이제 안심이야. 가는 세월이 무심해 서러운데,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옆에서 비몽사몽 잠도 자고 커피도 마시고 다리미질도 한다.

2014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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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出町柳

데마치야나기에서 1번 버스를 기다리며 올려다 본 하늘엔, 연두색의 어린 버느나무 가지가 하늘로 하늘로 뻗어 있었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엔, 벗꽃나무의 꽃망울이 무수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열, 스물, 꽃망울들도 모두 하늘로 하늘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강둑에 나와 있는 햇살들과 바람들과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들도 다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가모가와의 강물이 되었다. 3월 28일, 데마치야나기의 벗꽃나무는 작년보다 일찍 피기 시작했고 1번 버스는 2분 늦게 왔다. 버스 밖의 연두색의 어린 버느나무 가지는 무심하게 땅으로 땅으로 나부꼈다.

201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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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봄날은 간다

꽃들은 제철을 찾아
먼 기억을 더듬어
봉오리를 틔우고
꽃을 피웠건만

유난히도 서러운 봄날
4월에도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고
봄날은 간다

곱지 않은 제 빛깔에
시름시름 앓고
흉흉한 고향 소식에
힘없이 누런 기를 띠고

꽃이 피어도 봄이 아닌 것이
꺼억꺼억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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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그해 여름

그해 여름은
매미가 울기 전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폭염주의보,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논밭에서 사람들이 쓸어졌다.

얼어죽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더위 먹어 세상 떴다는 말은
살다살다 처음 듣는 말인데.

익숙한 풀 익는 냄새
살겠다고 나날이 억척스러워지는 풀들

무슨 일이야 있겠어? 내 80평생 해온 일인데
그래도 니들을 살리자니 내가 힘들구나.

쓸어질 때, 기억이 희미하고
전에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시집오기 전날, 잠 못 이루던 친정집의 천정이 보이고
그리운 엄니의 목소리가 흩어졌다.

그해 여름은 
우기 같은 긴 비에
밤에도 메미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이 나도 50고개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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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하회마을에서

어릴 적 외갓집에서 뛰어놀던 신작로 길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어 핀
내 키만한 꽃들
맨드라미, 봉숭아, 그리고 꽃들,
기억 속의 고유명사
담벼락 넘어로 숨는데

풍경은 아름다우나
사람이 없어 적막한 거리는
앞으로도 대대손손
지켜가야 할 세계문화유산
소나무와 강물과 모래사장이
대대손손 지켜온 마을이라네

자식들은 다 도회지로 떠나고
평생 농사일밖에 모르던
할머니는 이제 음료수를 팔고
아저씨는 동구 밖 시장에 식당을 차리고
아주머니도 밤 늦게까지 
식당일에 손발이 부르트는데

도시보다 비싼 음료수 값에
도시보다 맛없고 땟깔 없는 음식에
때론 지청구를 들어가며
때론 험한 말을 하며
먹고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나?

풍경은 아름다우나
삶은 고단한 법이니
깜깜한 밤, 힘든 육신을 뉘일 때면
벗해 주는 풀벌레 소리
풀벌레와 풀과 바람이
대대손손 지켜갈 마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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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봄 소식

그래도 살아진다고
어떻게든 산 목숨은 살아진다고
할머니가 그러셨지요

그날 이후로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무섭기만 해요
방사능이
공기로, 비로, 시금치로, 수돗물로, 텔레비전 뉴스로
안방에 전해질 때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이
편리한 생활이
위태롭게만 생각이 돼요

그래도 살아진다고
어떻게든 산 목숨은 살아진다고
그때처럼 말씀해 주세요

이 와중에도
우리 동네엔 봄이 왔네요
아무도 찾는 이 없는데
저 혼자 봄꽃들이 수줍게 피었어요

매년 오던 봄인데
그리운 이를 만난 것마냥
반가워서 눈물이 다 나네요
보고픈 할머니에게도 봄 소식 전해드리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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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은 강물처럼

우리가

한때 뭉개구름이었을

슬픈 바람이 찾아오면

그냥 지나쳤었나요.

가랑비가 되어

가로등 아래 들꽃들에게

슬픔 바람을 데려다 적이 있었나요.

기억이 나질 않아요.

더이상 뭉개구름이 아니게 되었을

사랑은 강물처럼 흘러

하루가 열흘처럼 지나가고

열흘이 하루처럼 지나간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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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秋から冬までの間

시커멓게 타들어  잎사귀들 사이로

어느새 높아진 가을 하늘 

2010년의 폭염을 견디고

빨간 상사화가 피었네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람이 있어

더욱 반가운 꽃들에게

그래, 그래, 만나고 싶었다고,

용하다고,

살아 줘서 고맙다고,

말을 걸고 돌아오는 길에

꽃들의 언어가 흩어지네

눈부신 가을 하늘 저편으로

가을부터 겨울사이에

 만나러 오리라는 약속

애태우며 의심했던 나날

숨기고 싶어 난 애써 외면하고 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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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忌日

청포꽃도 피고
등나무꽃도 피었는데
모내기는 언제 하려나
메마른 남의 논이
눈에 밟히는데

5월은 너무 길어
삶과 죽음이
바람에 밀려서
하나가 된 부엉이바위
피우지 못한 향불
함께 나누지 못한 음복

하루종일
서러운 비만 내리는데
밤은 깊어만 가고
이 비 그치면
모내기를 하려나
개구리들도 돌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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